- 윤지현 노무사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고용노동부고시(제2022-40호, 2022. 7. 1. 시행)에는 뇌·심혈관질병에 대한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뇌·심혈관질병은 개인의 기저 질환이나 유전적 요인이 원인이 되어 발병할 수 있지만, 업무상 과로로 육체적·정신적인 부담이 원인이 되어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기 위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한 것이다.
과로는 급성과로, 단기과로, 만성과로로 분류된다.
급성과로는 업무와 관련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정도의 긴장·흥분·공포·놀람 등과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로 뚜렷한 생리적 변화가 생긴 경우이며, 단기과로는 발병 전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여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과로를 유발한 경우다. 만성과로는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부담을 유발한 경우를 말한다.
근로시간의 장단은 과로 및 스트레스의 누적 정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특히 만성과로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핵심 기준이 된다.
고용노동부고시에는 만성과로를 판단할 때, 발병 전 12주 기간동안 1주 평균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업무 관련성을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1주 평균 근로시간이 60시간 이상이면 업무 관련성을 강하게, 52시간은 높게 판단하며, 추가로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있으면 업무 관련성을 강화하여 최종적으로 업무상 질병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근로시간은 만성과로 판단에 결정적인 기준이 되지만,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기계적인 해석의 문제점이 존재한다.
만성과로 판단의 기준이 되는 ‘발병 전 12주’ 동안의 근로시간은 연차휴가 사용 등으로 실제보다 낮게 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특수한 사정이 있음에도,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경직된 규정에 따라 계산된 근로시간만을 토대로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사례로, 필자는 관리자인 팀장 A 근로자를 대리하여 산재보험급여를 청구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근로시간이 과로 인정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등의 사유로 업무상 질병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A 근로자는 공정안전관리 등의 업무로 1년 동안 법정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그러다 발병 직전 12주(만성과로 인정기준)동안 연차휴가를 연속적으로 사용하여 1주 평균 근로시간이 낮게 산정된 특수한 사정이 있었다. 또한 A 근로자는 1년동안 1주 평균 근로시간이 50시간을 넘을 정도로 만성과로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은 발병 전 12주의 근로시간만을 기준으로 판단함으로써 형식적이고 경직된 해석을 하였다.
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입법 취지인 ‘실질적 근로자 보호’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정임이 틀림없다.
근로복지공단은 앞으로 규정되어 있는 기준을 유연하고 현실적으로 적용함으로써, 근로자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출처 : 매일안전신문(https://ids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