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매일안전신문] [노무사 칼럼] 단축되는 산재 처리기간, 근로자 권익은 안전한가

- 허율 노무사

최근 정부는 장기간 소요되는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기간을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7개월에서 4년까지도 걸리는 업무상 질병 처리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여 2027년까지 120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빠른 보상’을 내세우고 있지만, 과연 처리기간 단축이 업무상 질병이 발병한 근로자에게 항상 유리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처리기간 단축안을 보면, 기존 절차 중 일부를 생략함으로써 처리기간을 단축하겠다는 취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행 법령을 살펴보면 근골격계 질병, 직업성 암과 같은 주요 질병에 대하여 몇 년 이상 해당 업무에 종사해야 하는지와 같은 인정 기준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일부 제한적인 기준이 제시된 경우가 있을 뿐이다. 예컨대 소음성 난청의 경우 ‘3년 이상 소음작업에 종사’를 요건으로 하고 있으나, 타질병들에 대해서는 이러한 기준이 부재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면밀한 조사를 통해 업무관련성의 유무를 규명하는 것이 핵심적 절차라 할 것이다.

면밀한 조사 절차 없이 단순히 절차를 생략하고 처리기간만 단축한다면, 그 결과가 과연 재해를 입은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지 의문이다. 비록 발생 빈도가 높아 선례가 축적된 질병 및 직종에 대해 기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겠다는 취지라 하나, 근로자마다 근로일수, 근로시간, 근로환경은 모두 상이하다. 특히 건설업종의 일용직 근로자들은 근로일수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명확한 근거규정이 없기 때문에 장기간 근무할 것을 요하는 추세이며, 특히 다빈도 근골격계 질병에 대한 판단기준이 하나의 요건처럼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기준들은 법령 상 규정된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면밀한 조사와 질병판정위원회의 밀도 있는 심의를 통해 인정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실제로 초기에는 승인 가능성이 낮아 보이던 사건도 조사 과정에서 구체적 근무환경 조사와 정밀한 주장·입증을 토대로 산재가 인정된 사례는 적지 않다.

따라서 명확한 근거 규정도 없는 상황에서 조사 절차를 축소하거나 생략하는 방식으로 단순히 처리기간만을 단축하는 제도는 면밀한 조사로 유리한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근로자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 처리기간단축에 따른 날림 조사로 인과관계 판단이 어려워지면 오히려 근로자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제도적 정비나 근로복지공단 인력 확충과 같은 실질적인 기반 없이 ‘신속함’만을 우선하여 절차를 생략하는 정책은 오히려 근로자 보호의 공정성과 정당성을 저해하는 행위로 언 발에 오줌 누기와 다를 바 없다. 그렇기에 단순히 처리기간만 단축하는 목표를 설정할 것이 아니라 조사와 판정의 전문성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산재 보상의 목적은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고,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목적 중 특정 요소인 ‘신속함’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가치와 목적은 바로 ‘근로자 보호’에 있다. 재해를 입은 근로자 중 단축된 처리 절차로 인해 불승인을 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공정한 산재보상, 빠름보다 바름이 먼저다.


/ 노무법인 더보상 허율 노무사

출처 : 매일안전신문(https://id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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